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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비상활주로 44년 만에 폐쇄, 울진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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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변비상활주로

죽변면 국도를 달리다 보면 길이 유난히 넓고 중앙분리대 구조도 다른 구간이 눈에 들어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도로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유사시 군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만든 울진 죽변비상활주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48년 전 조성된 활주로가 44년 만에 폐쇄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지역 개발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이 공간은 국가산업단지와 관광시설이 들어서는 방향으로 바뀔 전망인데, 그 과정에서 ‘이전 비용을 왜 군이 떠맡느냐’는 울진군의 문제 제기도 함께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국도를 달리던 차가 비상활주로 위에 올라섰다는 사실이 뒤늦게 보였습니다

울진군 죽변면 일대에서는 도로 폭이 일반 노선보다 훨씬 넓고 길게 뻗은 구간이 눈에 띕니다. 중앙분리대도 다른 도로와는 결이 다르고, 표면도 일반 국도라기보다 활주로의 형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평소에는 국도로 쓰이지만, 실제 기능은 비상활주로였다는 점이 이 공간의 성격을 단번에 설명합니다.

이 활주로는 길이 2,800m, 폭 47m 규모로 조성돼 48년째 운영돼 왔습니다. 말 그대로 긴 비상용 활주 공간이 도로 사이에 들어선 셈인데,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익숙한 풍경이면서도 개발 논의가 붙을 때마다 쉽게 비껴갈 수 없는 조건이기도 했습니다. 도로처럼 쓰이는 시간과 군사시설로 남아 있는 기능이 한 공간 안에서 겹쳐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그 위로는 새 역할이 겹쳐지고 있습니다. 폐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울진군은 이 부지를 더 이상 기존 상태로 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공식적으로 제기했습니다. 군이 떠안아야 할 비용 구조가 맞느냐는 물음은 단순한 예산 논쟁이 아니라, 48년을 버틴 시설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지역의 질문으로 읽힙니다.

폐쇄까지 44년이 걸린 이유는 이전 논의가 몇 차례나 멈췄기 때문입니다

죽변비상활주로 이전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와 맞물리며 주변 여건이 다시 흔들렸고, 탈원전 정책의 흐름 속에서 실무협의체가 구성된 뒤에도 5년간 논의가 중단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번 시작된 조정이 정책 환경 변화에 막히며 멈춰 선 시간은 지역 주민들에겐 그대로 지연의 체감으로 남았습니다.

그 사이 울진군과 주민들은 이전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습니다. 개발과 생활권 확장을 생각하면 활주로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가 오히려 걸림돌이라는 판단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관련 기관들의 의견을 청취해 조정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누적된 갈등과 지연을 더는 그대로 둘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울진군의 문제 제기 역시 이 지점에서 나왔습니다. 48년 전 국가적 필요로 만들어진 시설의 이전 비용을 지방이 떠안을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참아온 불편을 풀 기회로 보지만, 동시에 누가 얼마를 부담할지에 따라 결론의 무게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산불 진화 헬기부터 국가산단까지, 같은 자리의 쓰임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죽변비상활주로는 단지 오래된 시설이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다른 장면을 만들어 온 공간입니다. 실제로 지난 9일에는 산불 진화에 동원된 헬기가 급유와 정비를 위해 이곳에 착륙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평소에는 국도처럼 지나가던 길이 유사시에는 항공기의 숨 고르기 공간이 되는 셈이라, 이 활주로의 다층적인 성격이 다시 드러났습니다.

이제 지역이 바라보는 다음 장면은 더 분명합니다. 울진 죽변비상활주로가 폐쇄되면 국가산업단지와 관광시설이 조성될 전망이어서, 개발의 방향 자체가 바뀌게 됩니다. 울진군이 부지활용 방안을 공모하는 움직임도 같은 흐름 위에 있습니다. 오래 막혀 있던 땅을 어떤 그림으로 바꿀지에 따라 지역의 체감 변화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기대와 달리 해결해야 할 조건도 적지 않습니다. 응급의료·관광 인프라를 함께 묶어 지원을 요청하는 지역 현안처럼, 죽변비상활주로의 처리도 단일 과제라기보다 여러 현안이 맞물린 문제로 보입니다. 활주로를 없애는 순간 끝나는 일이 아니라, 그 자리에 무엇을 어떻게 넣을지까지 결정돼야 비로소 마침표가 찍히기 때문입니다.

44년 만의 폐쇄가 지역 발전의 출발점이 될지 지켜봐야 합니다

울진 죽변비상활주로의 폐쇄는 단순한 시설 정리가 아니라 44년간 묶여 있던 공간의 성격을 바꾸는 일입니다. 국가산업단지와 관광시설 조성이라는 청사진이 제시된 만큼 지역의 기대는 분명하지만, 이전 비용과 절차가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속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울진군이 제기한 이전 비용 부담 문제의 정리가 우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 국민권익위원회 조정 이후 실제 폐쇄와 대체시설 조성 일정이 어떻게 잡힐지가 관건입니다.
  • 국가산업단지와 관광시설이 어떤 방식으로 부지에 들어설지, 지역이 체감할 변화의 폭을 결정하게 됩니다.

오래된 활주로가 사라지는 장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시작이 지역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려면, 남은 절차와 비용, 그리고 부지 활용 계획이 서로 어긋나지 않아야 합니다. 비슷한 시각 급상승한 다른 이슈는 아래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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